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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중소 제조업, 언제까지 가능할까?

부키남 읽는 시간 약 11분

중소 제조업을 18년 동안 운영하면서 사람을 구하는 문제는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인력난과 지금의 인력난은 성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컸다면, 지금 일부 제조현장에서는 생산라인에 투입할 사람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산업단지나 뿌리산업, 생산직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정부는 2026년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8만 명으로 결정했고, 비수도권 제조업체의 외국인 추가고용 한도도 확대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한 외국인 고용 증가가 아니라 한국 중소 제조업의 노동력 공급구조가 이미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1.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 정말 단순한 경제 탓일까?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자리 구하는 사람도 많은데 중소기업은 왜 사람이 없다고 하느냐.”

하지만 현장에서 사람을 직접 채용해본 대표라면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경기침체와 인력난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

임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근무지역, 교대근무, 작업환경, 업무강도, 출퇴근 문제와 젊은 세대의 직업 선택 변화까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특히 도심에서 떨어진 산업단지의 중소 제조업체는 채용공고를 계속 내도 생산직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경기회복만으로 해결될 것인가입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제조현장의 고령화가 계속된다면 경기가 회복돼 주문이 증가했을 때 오히려 주문은 있는데 생산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제조업 인력난은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문제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보조인력을 넘어섰습니다

2026년 4회차 E-9 신규 고용허가 규모는 총 12,357명이며 이 가운데 제조업 배정인원은 9,020명입니다.

약 73%가 제조업입니다.

이 숫자는 중소 제조현장에서 외국인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생산계획에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처음에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자리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합니다.

일을 가르치고 시간이 지나 숙련도가 높아지면 단순작업뿐 아니라 중요한 생산공정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연간 생산계획에 포함되는 상시 생산인력으로 바뀌게 됩니다.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조금 불편한 회사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량 자체가 떨어지는 회사는 전혀 다릅니다.

일부 중소 제조업체는 이미 후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3. 외국인 근로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보면 안 됩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외국인력을 단순한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접근하면 실제 경영비용을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임금 이외의 비용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급여만이 아닙니다.

채용과 행정관리, 교육, 숙소, 의사소통, 안전교육, 작업 적응 등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 작업표준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새로운 근로자가 들어올 때마다 기존 숙련자가 붙어서 다시 일을 가르쳐야 합니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면 새로운 근로자의 생산성과 품질이 정상 수준으로 올라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몇 명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숙련된 생산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4.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 늘리면 인력난이 해결될까?

현재 중소 제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는 것과 외국인 근로자에게 계속 의존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생산량 증가만큼 사람이 필요한 구조가 문제입니다

사람이 부족할 때마다 한 명씩 추가하는 생산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회사가 성장할수록 필요한 인력도 계속 증가합니다.

생산량이 30% 증가할 때 사람도 30% 더 필요하다면 결국 회사의 성장속도를 인력 확보 능력이 결정하게 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당장의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라면 한번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과 생산량이 두 배가 되면 사람도 두 배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인력 채용 이전에 현재 생산구조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 따른 위험도 봐야 합니다

여기서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이 특정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경영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숙련인력이 한꺼번에 빠질 수 있습니다

생산공정의 핵심 노하우가 특정 근로자에게 집중돼 있는데 체류기간이나 이직, 귀국 등의 이유로 숙련자가 빠져나가면 새로운 사람을 다시 교육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과 품질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안전과 의사소통 문제도 관리해야 합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근로자가 증가할수록 작업지시와 품질기준, 안전수칙을 개인의 설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의사소통 오류는 생산성보다 훨씬 중요한 산업재해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국어 작업표준서, 그림이나 영상 중심의 작업교육 등 누가 들어와도 이해할 수 있는 작업체계가 필요합니다.

내국인 숙련인력 육성이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할 때마다 외부에서 생산인력을 보충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기업 내부에서 장기간 숙련자를 키우고 기술을 전수하는 시스템 구축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와 별개로 기업의 핵심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내부에 축적하는 구조는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외국인력 공급은 기업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고용제도는 개별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정부는 경기전망과 고용여건, 현장 수요 등을 고려해 매년 도입 규모와 업종별 배정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특정 체류자격이나 외국인력 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제도가 바뀌거나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생산계획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숫자가 아닙니다.

외국인 근로자 몇 명이 빠졌다고 생산라인이 흔들리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이 문제입니다.

6.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당장 로봇공장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최근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스마트공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과 대기업의 생산환경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중소 제조업은 자동화 조건부터 다릅니다

중소 제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고 생산제품과 작업방법이 자주 바뀝니다.

오래된 설비가 많고 공장 공간이나 투자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도 있습니다.

자동화에 큰돈을 투자했는데 주문량이 감소하거나 생산품목이 바뀌면 투자회수기간도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를 피지컬 AI나 로봇으로 대체하자는 식의 접근은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에는 현실적인 전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전면 자동화보다 부분 자동화가 현실적입니다

대신 이송, 포장, 적재, 검사, 반복가공처럼 사람이 많이 필요하면서 비교적 작업이 표준화된 공정을 찾아 부분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생산직 20명을 10명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앞으로 사람 5명을 추가해야 할 일을 공정개선과 부분 자동화를 통해 2명만 추가하고도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중소 제조업에서는 이런 접근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7. 내국인 숙련인력·외국인 근로자·부분 자동화가 현실적인 해답입니다

당분간 중소 제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완전히 대체할 현실적인 수단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를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내국인 숙련인력의 역할을 높여야 합니다

내국인 숙련인력은 단순 생산작업보다 생산관리, 품질관리, 설비관리, 공정개선과 작업자 교육 등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단순 보조인력이 아니라 장기간 함께 일할 수 있는 숙련 생산인력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구해지지 않거나 반복·위험작업이 많은 공정부터 경제성을 따져 부분 자동화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상당 기간 중소 제조업의 현실적인 생산구조는

내국인 숙련인력 + 외국인 생산인력 + 부분 자동화

이 세 가지가 결합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원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입니다.

8. 결론: 외국인 근로자가 벌어준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현재 한국 중소 제조업에 필요한 생산인력 중 하나가 됐습니다.

특히 내국인 채용이 어려운 업종과 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을 겪을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력이 부족한 일손을 채워준다는 이유로 생산성 개선을 계속 미룬다면 현재의 해결책이 미래에는 의존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숙련 단절, 안전과 의사소통 문제, 현장관리 부담, 내국인 기술인력 육성 약화, 정책 변화에 따른 인력수급 위험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중소 제조업의 생산구조에 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금 외국인 근로자가 채워주고 있는 시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내국인 숙련인력을 키우고, 작업방법을 표준화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성이 나오는 공정부터 부분 자동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18년 동안 제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회사가 성장할수록 사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이라는 점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현재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중소 제조업의 최종 경쟁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대표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외국인 근로자를 몇 명 더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사람을 계속 늘리지 않고도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야합니다.

참고자료

고용노동부|2026년 외국인력(E-9) 도입·운용 관련 자료
고용노동부 공식자료 바로가기

부키남

부키남
18년간 제조기업을 이끌어온 현장 전문가입니다. 공장 부지 탐색부터 토목·설비 인프라 구축, 자금 조달 및 산업단지 입주에 이르기까지 공장 운영 전반의 실전 경험을 기록합니다. 책과 이론을 넘어, 현장에서 검증된 생생한 인사이트와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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